spacehost.X.dosigan

도시의 시간을 잇는 이야기 잡화점

멈춤으로 읽는 골목의 계단

내부로 안내하는 질서

발걸음을 재촉하는 도시 사회에서 잠시 멈춘다는 것은 속도를 조절하는 일이 아니라, 리듬을 바꾸는 일에 가깝다. 성북동 산동네로 향하는 나의 몸은 자연스럽게 전진과 정지를 반복한다. 숨이 차면 그제서야 허리를 펴고 숨을 크게 내쉰다. 비로소 멈추어야 보이는 것은 삶의 속도를 가시적으로 투영하는 거리의 풍경이다.

미로 같은 성북동 골목에서 눈길을 붙잡은 것은 계단의 향연이다. 이 계단들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외부 영역과 개인 영역의 경계를 조용히 설정한다. 머물러도 되고 지나가도 되는 장소이지만, 더 깊이 들어갈지는 자연스럽게 망설이게 만든다.

몇 년 동안 이 길을 지나면서 단 한번도 이곳을 내려가 본 적이 없다. 외부 영역이지만 계단이 향하는 곳이 개인의 침범을 하면 안되는 것처럼 보인다. 건물이 먼저였을지, 계단이 먼저였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둘의 관계가 계획 이전의 생활 리듬 위에서 서로를 규정하며 만들었다는 점이다.

설계 이전에 이미 존재하는 생활의 리듬 위에 사용자의 선택이 덧입혀진 구조처럼 보인다. 실내와 실외, 공적과 사적, 빠름과 느림이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지점에서, 나는 평면도를 보듯 이 공간을 해석하게 된다.


spacehost.X.dosigan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