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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 여성들, 아니 알베르스

“실로 짠 혁명, 아니 알베르스”

아니 알베르스 (Anni Albers, 1899.06.12 독일 베를린) 는 바우하우스에서 디자인을 배운 수많은 여성들 중 한 명이었다. 회화를 배우고 직조에 별 관심없었지만 직조공방으로 배치 되면서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으나 점차 그녀는 직물의 매력에 빠진다. 단순한 수련생이 아니었다. 그녀는 실로 공간을 짓고, 패턴으로 구조를 말하고, 반복을 통해 감각을 일깨운 사람이었다. 직조는 그녀에게 허락된 영역이었지만, 동시에 스스로 확장한 영역이기도 했다.

바우하우스에서 여성의 배움의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여성 대부분 직조공방으로 배정되고, 건축, 금속, 목공은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직조라는 매체는 ‘실을 다루는 섬세함’으로 여성에게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하지만, 아니 알베르스는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시각언어를 발명한다.

반복, 구조, 그리고 시각 언어

그녀의 작업을 들여다보면 마치 조형 건축 도면 같다. 수직과 수평, 격자와 흐름, 대비와 질감, 이 모든 것이 한 땀, 한 줄의 실을 통해 구현된다. 그녀는 실을 통해 ‘보는 감각’을 짜냈고, 직조를 회화보다 더 정교한 시각 체계로 끌어올렸다. 1929년 빛을 반사하고 소리를 흡수하는 강당의 벽지를 디자인으로 졸업장을 받는다.

직조는 예술의 변두리에서, 예술 그 자체로 중심으로 들어왔다.

1929. 연필로 종이에

Black Mountain College, 그리고 이후

1933년 나치로 인해 바우하우스 폐교 후, 유대인이었던 그녀는 남편 조셉 알버스와 함께 미국 Black Mountain 근처로 이주해 자유 예술 학교인 블랙 마운틴 칼리지에서 초대를 받는다. 이곳에서 아니 알베르스는 예술가이자 교육자로 새로운 커리어를 이어간다. 그녀의 작업은 현대 텍스타일 디자인 선구자로 인정받았고, 그 영향은 지금도 수많은 디자인 스쿨의 교과과정에 남아 있다. 또한 그녀는 글을 쓰고 ‘직조’를 예술적 언어로 설명하고 전시한다. 1949년 뉴욕 MoMA에서 텍스타일 아티스트로는 최초의 개인전을 연 인물이 되었다.

아니 알베르스는 끊임없이 대마, 플라스틱, 합성 금속 실과 같은 비전통적인 소재로 작업을 이어나간다. 자신의 예술 이론을 기록한 On Designing(1959)과 On Weaving 책을 출간한다.

도시의 감각으로 다시 보는 아니 알베르스

우리가 오늘날, 도시에서 만나는 많은 패턴들, 지하철 타일, 블라인드의 리듬감, 벽지의 반복 무늬, 의류 패턴의 구조감 등. 일상의 시각적 질서들이 사실은 그녀가 확장시킨 언어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감각의 밀도‘는 어쩌면 이런 여성 디자이너들이 직조한 ‘무형의 언어’에서 오지 않았을까.

1959. 양모 수제 직조

아니 알베르스는 직조를 통해 건축을 재구성했다. 손 끝으로 만져지는 구조와 세밀한 감각의 반복은 지금도 우리 일상 속에서 살아 있다.

In Thread and On Paper: Anni Albers in Connecticut

다음 이야기 3편은 바우하우스 금속공방의 유일한 여성이었던, 마리안느 브란트(Marianne Brandt)의 이야기로 엮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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