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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 여성들 시작

“모두가 평등했을까?”

며칠 전, 주한독일문화원 도서관에서 열린 ‘바우하우스 100주년’강연에 다녀왔다. 우리는 바우하우스를 ‘디자인과 건축의 성지’처럼 이야기한다. 정제된 기능미, 시대를 앞선 타이포그래피, 흰 벽과 직선으로 표현되는 현대 건축의 근원지. 이 학교에서 나고 자란 작품들과 사상은 지금도 전 세계 디자인 교육과 실무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날, 처음으로 바우하우스의 여성들에 대해 들었다. 그 유명한 학교에, 여성이 있었다는 걸 몰랐던 건 아니었지만, ‘직조공방’이라는 낯선 단어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디자인과 건축이라는 거대한 서사 속에서 여성들은 왜 그토록 조용히 다뤄져 왔을까?

그 질문은 마치 어느 건축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풍경과 겹쳐졌다. 당시 여성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의 활약은 대부분 축소되거나 빠져 있었다. 마치 존재하되, 기록되지 않은 그림자처럼…

직조 공방은 그저 ‘여성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패턴, 구조, 반복, 질감 그리고 시각 언어가 있었다. 그건 미술이었고, 조형이었으며, 건축적인 감각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기회’가 아니라, ‘제한된 조건’안에서 예술을 발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오늘날 우리가 보는 텍스타일 디자인, 모듈 구조, 색채 이론 등으로 은밀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 글은, 잊혀진 이름들과 작업들, 그들의 시선과 감각을 다시 불러오는 기록이다. 바우하우스는 정말 모두에게 평등했을까? 누군가는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문턱에 멈췄던 건 아닐까?

도시기록가로서 나는, 사라진 이름들을 기록함으로써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 도시의 디자인 감각에 남은 그들의 흔적을 찾아보려 한다.

이날의 강연자 ‘안영주’교수님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으며, ‘여성들,바우하우스로부터’ 저자이다.

다음 2편 글에서는, 아니 알베르스(Anni Albers)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녀는 실을 건축처럼 짰고, 그 안에 시각적 사고와 반복의 질서를 담아냈습니다.

주한독일문화원 도서관 Link

남산공원 소월로에 위치해 있으며, 편안하게 앉아 책 읽기 좋은 분위기를 가진 곳입니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니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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