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host.X.dosigan

도시의 시간을 잇는 이야기 잡화점

이상적인 집vs살아 있는 동네

Jacques Tati _ Mon Oncle (1958)

“집과 관계의 풍자”

집이 기계가 된 시대

〈Mon Oncle〉의 시대는 1950년대 프랑스.
2차 세계대전 이후 주거의 현대화가 본격화되던 시기다.
모더니즘 건축과 자동화, 기능주의, 정원까지 설계된 단독주택들이 ‘진보’의 상징처럼 보이던 시대, 그는 영화 속 두 개의 공간을 대비시킨다.

  • 현대적 주택: 깨끗하고, 전자동이고, 감정이 부재한 공간
  • 오래된 동네: 낡고 비효율적이지만, 관계와 정감이 살아있는 공간

이 둘을 오가며, 소년과 삼촌의 시선으로 ‘살기 좋은 집 또는 동네’란 무엇인지 유쾌하게 질문한다.

현대주택, 삶을 통제하는 공간

삼촌 위요(Hulot)의 여동생 가족은 파리 외곽의 현대적인 단독주택에 산다. 모든 가구는 각을 맞추고, 정원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며, 물고기 모양의 분수는 손님이 올 때만 작동된다.

  • 부엌은 자동시스템으로 음식을 조리하지만, 따스함과 냄새는 느껴지지 않는다.
  • 거실은 고급스럽지만 발소리조차 울릴 만큼 정적이다.

이 집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기보다, 사람을 관리하는 공간이다. 디자인과 기능은 넘치지만, 웃음과 실수와 감정이 설 자리는 없다.

타티가 보여주는 이 집은 ‘이상적인 기계’이지만, 결코 ‘인간적인 집’은 아니다.

오래된 동네, 관계가 흐르는 거리

반대로 위요 삼촌이 사는 동네는, 좁고 낡았고, 골목엔 잡동사니와 아이들이 넘쳐나고, 누군가의 창문 너머로 빵 굽는 냄새가 새어 나온다.

이곳은 질서가 없고, 통제도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살아있다.
사람은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관계를 따라 움직인다.

삼촌은 어설프게 걷고, 이웃들과 어울리며, 개들과 놀고, 물을 튀긴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는 인간’을 본다.

삼촌과 아이, 공간을 관찰하는 눈

삼촌을 가장 좋아하는 아이는, 아버지의 현대적인 집을 지루해하고, 삼촌이 사는 동네에 갈 때만 비로소 웃는다.

그는 감정이 있는 공간, 실수가 허용되는 거리, 관계가 태어나는 공간을 통해 삶의 재미를 느낀다. 삼촌의 행동은 실수투성이지만, 그의 존재만으로도 이 아이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식’을 직감적으로 배운다.

물고기 조각상과 마지막 이별 — 공간의 말 없는 풍자

현대식 집의 상징인 물고기 분수는 아무 의미 없는 장식이다. 멋지게 보이지만, 사용자는 불편하고, 실용성도 없다. 완벽한 기능주의의 허상을 상징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삼촌 위요가 조카와 헤어지고 동네를 떠나는 장면은묘하게 〈Playtime〉의 오프닝을 떠올리게 만든다. 마치 이제 ‘놀이’도 사라지고, 사람은 공간의 흐름에 실려 떠나버리는 듯하다. 〈Mon Oncle〉의 이별은 단순한 개인의 이동이 아니라 건축과 도시의 전환을 예고하는 풍경이다.


spacehost.X.dosigan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