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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시간을 잇는 이야기 잡화점

흐려진 도시 풍경 사진 앞에서

10여년간 서울의 오래된 구도심을 사진으로 기록했습니다. 그저 저만 보겠다는 생각이었던건지 보관만 하다가, 오늘에서야 잠든 하드디스크를 이곳에 천천히 공유하고자 합니다. 너무 많아서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수정과 보완을 반복하면서 정갈하게 정리되지 않을까요. 시작의 사진은 2016년의 익선동이었습니다.

서울에서 한옥을 수선하는 대목수님이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은 종로3가에 위치한 익선동이라는 말에 ‘네?!’ 종로3가이면 나름 서울의 중심가인데 그곳에 무슨 한옥마을이 있지, 하면서 긴가민가 지도를 켜고 찾아갔습니다. 종로3가 뒷 골목에 기와들이 출렁이는 한옥마을을 발견하곤 계속 사진을 찍었습니다. 골목이 쭉 뻗어 있었지만, 길을 따라가다보면 미로처럼 돌고 도는 느낌이었지만, 저마다 다른 담벼락과 대문들의 향연에 혼자 신나기만 했습니다. 오늘날의 화려하고 번잡한 익선동이 되는 과정들을 직접 목도하였습니다. 이렇게 빨리 변할 줄 알았으면 사진을 좀더 잘 찍어둘 걸, 기와를 넘나드는 고양이도 찍어둘 걸, 나름의 후회중입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언젠가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혹은 사라질 줄 모르고서라도, 무언가를 기록하는 행위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어떻게든 붙잡아두려는 애틋한 애도 일까요? 아니면 언젠가 잊게 될 나 자신과 세상에게, 잊지 말자고 다짐하는 약속 일까요? 둘 다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오래전 찍은 사진 앞에서 조금 다른 답을 찾았습니다. 기록은 단순히 남겨두는 행위를 넘어, 그 대상에 ‘영원’이라는 아주 작은 가능성을 선물하는 일 이라는 것을요.

존재했던 온기와 이야기를 기억하고, 추억하고, 또 나누고자 합니다. 저의 꽉 찬 하드디스크 속에서, 이제 막 ‘도시간’의 한 페이지 위에서, 다시 문을 열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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