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벽돌을 만지다.
페터 춤 토르의 ‘건축을 생각하다’는 마치 시집과도 같습니다.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다 보면, 잊고 있던 감각이 깨어나고 공간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는 ‘재료는 저마다 독특한 울림을 만들어낸다‘는 구절에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제 기억 속 서울의 오래된 도심의 골목들이 떠올랐습니다. 그곳의 벽돌과 타일, 나무와 돌들이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제게 말을 걸어왔던 그 풍경 말입니다.
페터 춤 토르의 ‘렌즈’로 바라보기
속살인 붉은 벽돌은 자신만의 울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가운 침묵을 일관하는 타일벽돌이 아닌, 세월의 두께가 앉은 거칠고 따뜻한 속삼임이었습니다. 손으로 만지면 그 시간의 입자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합니다.
이 낡은 나무 대문은 ‘나무’라는 재료의 본질을 온몸으로 보여줍니다. 비를 맞고 햇볕에 바래며 뒤틀린 이 모습이야말로, 시간이 나무에 새긴 정직한 이력서와 같았습니다. 페인트로 덮여 가리는 대신,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솔직함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반질반질하게 다듬어 놓은 이 돌계단이야말로 진정한 ‘살아 있는 재료’가 아닐까요. 이곳을 스쳐간 무수한 시간과 사람들의 기억이 돌의 표면에 그대로 응축되어 있는 듯했습니다.
그의 문장에서 보여지는 렌즈로 도시를 다시 보니, 모든 물성들이 각자의 시간과 이야기를 품고 살아 숨 쉬는 ‘존재들의 합창’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건축이란 결국 이렇듯 재료의 말을 잔잔히 듣고, 그들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지도록 돕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밑줄 친 장소’는 어디인가요?
책 한 권이 세상을 다르게 보게 만드는 마법 같은 순간이 있습니다. 혹시 당신에게도 어떤 책의 한 구절 때문에 다시 보이게 된, 특별한 장소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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